광희문에서부터 혜화문까지 걸으며 성곽 내 외부 도시와 자연을 음미하는 맛은 아주 특별하다. 낙산이 낮아 오르기도 어렵지 않거니와 서울 성내가 손에 닿을 듯 다 보이기에 서울의 구성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.
고지도를 보면, 시구문(屍口門), 수구문(水口門)이라고 칭한 지도가 눈에 띈다. 시구문은 소의문(昭義門, 서소문)과 함께 시체를 내보내도록 하여 붙여진 명칭이지만, 수구문은 부근에 오간수문(五間水門)과 이간수문(二間水門)이 있어 이 문들과의 혼돈으로 잘못 쓰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.
양의 목멱산 남소동(현재 국립극장과 장충단공원 일대) 지역의 하수가 오간수문(五間水門)과는 별도로 성곽을 빠져나와 성(城)의 외각에서 청계천과 합류하도록 설치된 수문, 청계천의 주 수문인 오간수문은 오간수교라는 다리 이름으로만 남고 철거되었다.
흥인지문의 옹성 안쪽 마당은 안타깝게도 들어갈 수 없게 막아 놓았다. 숭례문과 같이 안팎을 드나들 수 있게 하는 배려가 아쉽다.
한양의 북소문 격인 혜화문을 향한 낙산 외성곽길은 한양성곽의 주산인 백악의 줄기가 조산인 북한산과 연결되는 지역이다.
글·사진: 방철린 / 칸종합건축사사무소(주)